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Work Log/Financial

한국증시가 오를 타이밍 파악하는 법

​홍춘욱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



연초부터 증시에 봄바람이 불고 있습니다. 지난 1월 16일 기준으로 미국 S&P500 지수는 5.24% 상승했고, 한국 코스피지수도 3.19% 오르는 등 전세계 주요국 주식시장은 모두 상승하고 있으니까요. 심지어 브렉시트 이슈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영국의 FTSE100지수 마저 지난 해 연말에 비해 1.91% 올랐다고 합니다.
이 소식이 중요한 이유

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다 반등세로 돌아선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? 여러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,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(이하 ‘연준’)의 파월 의장이 “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지겠다”고 밝히는 등 정책기조 변화의 가능성이 높아진 덕이 클 겁니다. 그럼 왜 연준의 태도 변화가 글로벌 증시,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상승으로 연결되는 걸까요? 이 구조를 이해하면 투자 타이밍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.


​환율에 주목하라

여러 경로가 있겠습니다만, 이코노미스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바로 환율입니다. 달러에 투자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거든요. 하나는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생각해서 투자하는 것. 즉 ‘환차익’을 보려는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. 실제로 2008년이나 1997년처럼 ‘금융위기’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때에는 달러가 초강세를 보인 경험이 있습니다.

또 다른 요인은 달러자산의 수익률 상승에 대한 기대입니다. 지난 해 발생했던 ‘달러강세’가 이 때문이었죠. 달러자산 중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채권이고 그다음이 주식입니다. 달러표시 국채는 안전할 뿐만 아니라, 수익률도 짭짤하기 때문입니다. 당장 작년 해 연말만 해도 10년 만기의 국채 금리가 3%대 초반이었으니, 인기 폭발이었습니다. 신흥국도 아니고, 세계 No.1 국가의 채권을 사면 10년간 매년 3%대 초반의 이자를 준다면 누구나 끌리지 않겠습니까?


​하락하는 미 국채금리

최근 미 연준 태도 변화가 왜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금방 이해하셨을 겁니다. 바로 두 번째 요인에 변화가 생겼습니다. 가장 인기 좋고 또 거래도 많이 되는 장기국채(10년 만기 국채) 금리는 2.722%(1월 16일 기준)까지 떨어졌습니다. 불과 두 달 사이에 금리가 0.5%포인트 이상 떨어진 셈입니다.

즉 달러자산에 투자해서 얻는 실익이 조금씩 줄어드는 셈 입니다. 이렇게 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에 연쇄적인 자금 이동이 발생하게 됩니다. 달러에 투자하려던 투자자 입장에서 투자 규모를 줄일 수 있고, 또 이미 달러에 투자한 사람들은 큰 이익이 발생했으니 차익을 실현하고 다른 자산, 이를 테면 한국 등 신흥국 주식에 투자하려 들 수 있겠죠. 이 결과 달러가치가 2달 째 하락 중입니다

여기서 ‘차익’의 뜻을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. 예를 들어 지금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A채권이 10년에 2.7% 이자를 주는데 비해 작년 10월에 발행된 B채권이 3.2%의 이자를 준다면, 누구나 B채권을 사고 싶지 않겠습니까? 따라서, 예전에 높은 금리를 주는 B채권을 산 투자자 입장에서 높은 가격에 B채권을 팔고 차액을 챙기고 싶은 욕구가 생길 수도 있는 거죠.


<그림= 외국인의 누적 순매수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추이>


​달러가치 떨어지면 코스피가 오른다

이런 관계를 보여주는 게 <그림>입니다.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, 다시 말해 달러가치가 떨어질 때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가 발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. 물론 반대의 결과일수도 있습니다. 다시 말해 외국인이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입함에 따라, 환율이 떨어질 수도 있죠. 사실 어떤 요인이 더 우세한지는 확답 드릴 수 없습니다. 그저 미 연준의 태도 변화가 만들어낸 나비효과가 한국 등 신흥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귀환을 촉발했다고는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. 작년은 한국 상장기업들의 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중에 주가가 폭락했는데, 올해는 반대로 이익전망은 별로 밝지 않은데 주가는 반등하는 셈입니다.

이처럼 주식시장은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치죠. 그러기에 이코노미스트들은 늘 ‘확률적’으로 미래를 예상하려 노력합니다. 예를 들어 “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력 수출 품목의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, 수급의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상반기에는 증시 반등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”는 식이죠.

물론 시장전망이 빗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. 미 연준 의장이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거나, 지난해 7월의 터키 환율 급등 사태처럼 신흥국의 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는 경우에는 이 전망이 송두리째 벗어날 테니까 말입니다. 올해는 이런 예상 밖의 돌발 변수가 출현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.